"한국 미술시장은 오래 다져진 데다가 컬렉터(수집가) 기반이 넓어지면서 아시아에서 단연 돋보인다." 서울에서 처음 열리는 프리즈에 맞춰 한국을 찾은 뉴욕 화상 티나킴 대표(52)는 올해 결과가 한국 예술계 전반에 아주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리즈 서울 운영위원인 그는 뉴욕 첼시에 있는 유일한 한국계 화랑 티나킴갤러리를 운영하며, 슈퍼 컬렉터들에게 단색화 등 한국 작가와 작품 알리기에 기여한 일등공신이다. 이현숙 국제갤러리 회장의 장녀인 그는 중학교 2학년 때 미국으로 이주해 뉴욕대 예술경영 석사를 마치고 소더비와 폴라쿠퍼갤러리, 휘트니미술관 등에서 경험을 쌓고 2002년 갤러리를 열었다.
그는 "올해 한국시장에서 데뷔전을 치르는 외국 화랑들의 성과가 프리즈의 성공적 안착에 중요하다"면서 "한국과 인연이 없는 뉴욕 갤러리들(앤드루크렙스·보르톨라미)과 함께 송원아트센터에서 팝업 전시를 여는 것도 행사 성공에 보탬이 되고자 기획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무엇보다도 주요 미술관 후원회와 상호 교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세계 주요 미술관 이사회나 후원회에 속한 컬렉터나 명망가 고위 인사들이 한국 미술관과 컬렉터들, 작가 작업실을 방문하는 경험은 강력한 민간외교가 될 수있다. 특히 휘트니 등 주요 미술관 이사회 멤버로 맹활약 중인 한국계 컬렉터들 영향력이 커진 것도 큰 힘이 된다."
미술 생태계의 선순환도 강조했다. 과거 일본처럼 한국 대기업들의 장기적 후원이 한국 미술의 위상을 끌어올린 일등 공신이라고 치켜세웠다.
"삼성그룹의 오랜 후원과 신뢰 속에서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이우환 등 한국 작가 전시가 열렸고, 아모레퍼시픽이 5년간 100만달러 기금을 지원해 미국 중·서부 최대 규모 미술관인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미술관(LACMA)이 한국 작가 소장품을 갖춘 것 등이 한국 미술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국내 기업 후원은 또한 한국 큐레이터들이 런던 테이트모던, 홍콩 M+ 등 외국 유력 미술관에서 맹활약하는 힘이 됐다. 이들이 한국 작품을 전시를 통해 소개하고 미술관에 소장하는 데도 힘썼다. 아울러 그는 미국 컬렉터들의 한국 미술 취향이 단색화를 넘어 다변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양혜규, 강서경 등 국제적 활동을 하는 작가군 컬렉터가 늘고 있고, 해외 큐레이터들은 한국 미술뿐 아니라 문학에 대한 관심도 높아서 프리즈 때 한국 시인들도 소개시켜 달라고 한다."
최근 외국계 화랑들이 잇달아 한국에 진출하고 프리즈를 계기로 국내시장이 잠식될 것이란 우려에 대해 "한국 화랑들도 내수에만 집중하기보다 국제화하고 세련된 취향에 맞춰갈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한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