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graphy

이신자(李信子)는 대한민국의 1세대 섬유미술 작가이자 후진 양성에 헌신한 교육자이다. 실과 천을 다루는 일이 가사노동으로 치부되던 1950-60년대, 섬유예술이라는 장르의 생소함과 여성의 지위가 갖는 사회적 불평등 속에서 한국 섬유예술의 변천사에 중요한 변곡점을 만들고 그 한계를 개척하였다. 전통공예의 모방과 재현이 전부이던 시대에 모던한 형식실험에 도전한 이신자는 자수, 염색, 직조와 태피스트리로의 혁신을 이끌며 ‘실의 예술’로서 폭과 깊이를 확장했다. 1970년 오사카 만국박람회, 1983년 스위스 로잔 국제 태피스트리 비엔날레에 참관하는 등 일찍이 글로벌 현장을 경험하였고 조각적 형태와 설치로 확장해 온 자신의 섬유 조형성에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 1980년대에 한국 섬유미술가 협회의 창립 멤버로 제1회 한국 섬유미술 비엔날레 《창립전》 (문예진흥원 미술회관, 1984)을 주도하였고 1986년 섬유미술가 협회 회장을 역임하며 ‘한국 섬유미술의 개화기’를 견인하였다. 또한 1965년부터 1997년까지 덕성여자대학교의 교수로 재직하면서 전통공예의 도제식 전승교육을 탈피하였고 창의적이며 감각중심의 교육과정을 만들어 교육자로써 중요한 변화를 이끌어냈다. 후학들을 위한 전시공간, 갤러리 우덕을 1997년부터 2012년까지 운영하며 공예가들의 전시를 지원하였고 1997년 대한민국 예술원에 임명된 이후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이신자의 활동은 1999년 문화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은관문화훈장을 수여받았다. 작가이자 교육자로서의 이신자의 과업은 한 개인의 예술적 성취를 떠나 한국 섬유미술사와 ‘공예의 예술화’라는 역할을 수행한 독보적인 발자취로 평가된다.

 

이신자는1950년 6.25전쟁이 발발한 해에 서울대학교에 입학하고 피난길에 올라 부산의 전시연합대학에서 미술과목을 두루 배웠다. 졸업 이후 대한민국 미술전람회(이하 국전)에 출품하며 등단하였고 발표한 작품은 미술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사실적인 도안과 전통자수가 대세이던 당시, 납방염과 자수기법을 혼용하고 현대적 표현을 시도한 그의 작업은 형상을 깨뜨리고 질감을 부각한 반추상에 가까웠다. 이신자는 1956년 제5회 국전에서 문교부 장관상을 시작으로 제6회, 7회, 8회까지 연이어 입상하였다. 신문회관에서 개최된 1965년의 첫 개인전은 그녀의 초기 경력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화학 섬유나 밀가루 포대, 모기장, 은박지, 잡지를 찢고 자르고 덧붙이는 아플리케와 일상적인 재료를 활용한 대담한 콜라주들이 출품되었다. 한계를 두지 않은 실험정신은 거침이 없었고 공예계 일부에서 “이신자가 자수를 망쳤다.”는 혹평에도 불구하고, 전위적인 기법에 대한 연구는 지속되었다. 면과 모사, 오일 크레파스를 사용한 <딸의 초상>, 평직 바탕의 올을 풀고 풀린 올을 매듭짓거나 염색실로 날줄과 씨줄을 감아서 처리한 <도시의 이미지>가 이때 발표되었다. 1970년대에는 태피스트리 기법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고 구제시장에서 구한 독특한 재질의 스웨터를 풀어 쓰거나 침구용 면사를 뜯어 합사하고 염색하는 등 재료 선택에 여념이 없었다. 이 시기, 1972년 국전에 출품한 <벽걸이>(1971)는 한국 최초의 태피스트리로 알려져 있다. 당시 ‘염색공예’로만 일관되었던 국전의 분야구분은 이 작품으로 인해 ‘염직공예’로 조정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기법 연구 이외에도 기하학적인 모티브와 서정적 색채를 결합하여 자연의 형상을 은유하는 수작들이 1970년대에 발표되었는데 <원의 대화>(1970s)와 <해와 달 I>(1973)에서 보이듯, 기하학적 도형과 수평과 수직의 대립적인 요소를 통해 화면 구도를 조화롭게 배치시키는 등 추상적 사유를 펼쳐 나갔다. 엄격한 구도로 제작된 1977년작, <부활>은 모더니즘적 아름다움을 넘어 남편, 장운상(한국화가, 1926-1982)의 오랜 병상과 맞물린 종교적인 기원과 바람, 인생에 대한 초연함을 담고 있다. 1980년대에 이르러 작가는 보다 회화적인 화면을 추구하면서 기존 미술 장르를 끌어들이는 형식을 시도한다. 노끈, 종이, 나뭇가지, 철사나 전선 등 인공적인 재료를 사용하고 나아가 ‘벽으로부터의 탈출’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입체적인 태피스트리와 대형 설치로 확장되었다. <추억>(1985>, <가을의 추상>(1987), <기구 I>(1985), <메아리>(1985)들은 특히, 붉은 색과 검은 색의 강렬한 대비, 수직으로 늘어지는 장엄함이 돋보인다. 이 시기의 작품은 평생의 반려자와의 사별로 인한 상실과 절망, 생명에 대한 외경, 삶의 의지를 담아낸 것으로 깊은 울림을 던진다. 이신자는 1990년대에 발표한 <산의 정기> 시리즈에 대해, "어린 시절 울진 앞바다에서 본 바다 풍경과 아버지 손을 잡고 오르던 산의 정기엔 파도 소리, 빛, 추억, 사랑, 이별, 이 모든 것이 스며 있다"라고 말한다. 이것은 자연의 내재적 질서와 고향 울진의 풍경에 대한 그리움을 씨실과 날실에 담아낸 수작이다. 후기작업에서 등장하는 금속 프레임들은 이러한 맥락에서 마치 하나의 창과 같이, 자연을 관조하는 태도로 나아간다. 2023년 섬유예술의 가능성을 연 선각자, 이신자의 작품세계를 재조명하는 회고전 《이신자: 실로 그리다》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개최되었다. 

 

주요 개인전은 1965년 《제1회 이신자 작품전》 (신문회관), 1983년 《제3회 이신자 Tapestry전》 (현대화랑), 1993년 《제5회 이신자 Tapestry전: 자연, 기 그리고 삶》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997년 《제6회 이신자 Tapestry전: 갤러리우덕 개관 기념》 (갤러리우덕), 2003년 《이신자 섬유 작업 50년전: 작품 도록 출판 기념》(대한민국예술원 미술관)등이 있다. «한국 현대미술의 어제와 오늘», 국립현대미술관(1986), «현대의상전» (국립현대미술관, 1987-1988), «한국섬유작가 12인전», (호암미술관, 1989), «한국 현대금속과 섬유예술 초대전: 고요한 아침의 나라»(미국, 캐나다, 1989-1992), «한국근대미술, 공예-근대를 보는 눈»(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1999), «한국·인도네시아 국제 섬유미술교류전»(자카르타 텍스타일 박물관, 2000), 제5회 로잔-베이징 국제 섬유미술 비엔날레 (칭화대학교 미술디자인아카데미, 2008)등의 그룹전 초청되었으며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공예박물관, 숙명여자대학교, 덕성여자대학교에 작품이 소장되었다.

Works
  • Lee ShinJa, Image of City, 1961
    Lee ShinJa
    Image of City, 1961
    Cotton, linen, and wool thread on cotton cloth; colling, free technique
    46 7/8 x 29 1/2 inches
    119 x 75 cm
  • Lee shinja, Wall Hanging, 1976
    Lee shinja
    Wall Hanging, 1976
    Cotton, wool thread; tapestry
    59 7/8 x 32 3/4 inches
    152 x 83 cm
  • Lee ShinJa, Legend, c. 1980s
    Lee ShinJa
    Legend, c. 1980s
    Wool thread; tapestry
    63 1/2 x 44 1/2 inches
    161 x 113 cm
  • Lee ShinJa, Spirit of Mountain, 1996
    Lee ShinJa
    Spirit of Mountain, 1996
    Wool, synthetic thread; tapestry
    23 5/8 x 32 inches
    60 x 81 cm
  • Lee ShinJa, Spirit of Mountain, 1996
    Lee ShinJa
    Spirit of Mountain, 1996
    Wool, synthetic thread, and metal; tapestry
    23 1/2 x 29 3/8 inches
    59.5 x 74.5 cm
  • Lee ShinJa, Spirit of Mountain, 1996
    Lee ShinJa
    Spirit of Mountain, 1996
    Wool thread, metal; tapestry
    23 1/4 x 32 1/4 inches
    59 x 82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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